[인터뷰] 기술과 AI 시대, '예술하는 인간'의 본질을 묻다 — 전시 《호모 아르티스》 성백·이재웅·이호철 작가

- 성백·이재웅·이호철 참여… 기후위기와 AI 시대를 향한 예술적 성찰

- 6월 19일부터 28일까지 복합문화예술공간 MERGE?에서 개최

 

기술 문명의 비대해진 그림자 속에서 인간의 실존과 생태적 회복을 모색하는 뜻깊은 동시대 예술 프로젝트가 부산에서 펼쳐진다.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복합문화예술공간 MERGE?는 아츠비빔(ARTsBiBiM)과 공동 기획으로 6월 19일부터 28일까지 기획전 《호모 아르티스(Homo Artis): 머리 위에 피어난 공존의 무게 : 문명의 리셋과 최후의 호모 아르티스》를 개최한다.

부산광역시와 부산문화재단, 오픈아츠 스페이스 머지가 후원하는 이번 전시는 기후 위기와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 속에서 인간 중심주의적 오만을 반성하고, 문명 붕괴 이후의 세계를 예술적 시각으로 재조명하고자 마련됐다. 청년 고립, 온라인 범죄, 불평등, AI와 노동의 미래 등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복잡다단한 사회적 모순과 경계들을 예술가의 비판적 시선으로 재해석하는 아츠비빔 기획전시 ‘경계를 지우다’ 프로젝트의 ‘Section 2’ 일환이다. 앞서 '동물'과의 공존을 다루며 호평을 받았던 1차 전시 <모든 작은 존재들에게>의 서막을 이어, 향후 지속적인 릴레이 담론의 장으로 확장 전개된다는 점에서 교류와 소통의 의미를 더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이호철, 이재웅, 성백 세 작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매체를 통해 인간과 기술,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한다. 특히 장르의 경계를 완전히 허물어 이호철의 금속조형을 이재웅 작가가 AI 기술로 어레인지해 영상화하고, 그 스크린 사이에서 성백 작가가 온몸으로 퍼포먼스를 펼치는 유기적인 인터랙티브 구성을 선보인다. 기술 문명의 한계 속에서 '인간성 회복'의 메시지를 치열하게 고민한 세 작가를 만나 이번 전시에 담긴 깊은 사유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01. ‘예술하는 인간(Homo Artis)’으로 뭉친 세 작가

Q. 우선 작가님들의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성백 : "눈에 보이는 일상의 파편과 자연, 사회적 현상에서 영감을 포착하는 시각예술가 성백입니다. 한국화와 조각을 전공한 기반 위에 실험적인 퍼포먼스를 이어왔고, 최근에는 디지털 미디어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대안적 문화예술 공간 'openARTs spaceMERGE?'의 대표로서 지역의 현장성과 생태적 가치를 연결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재웅 : "‘기록이 쌓이면 역사가 된다’는 신념으로 작업하는 영상작가 이재웅입니다. 큐레이터의 관점으로 주변 환경, 공연, 예술 활동을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해석을 바탕으로 기록·재창작하며 삶과 예술의 의미를 찾고 있습니다."

이호철 : "안녕하세요, 금속조형과 일러스트 작업을 중심으로 저만의 시각적 언어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이호철입니다."

 

Q. 이번 전시의 타이틀인 《호모 아르티스》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숭고한 본질은 결국 ‘예술’에 있습니다.”

첫 미팅 때 작가들의 가슴을 가장 뜨겁게 울린 단어가 바로 ‘호모 아르티스(Homo Artis)’, 즉 ‘예술하는 인간’이었습니다. 도구를 쓰는 인간(호모 파베르)이나 유희를 즐기는 인간(호모 루덴스)처럼 인류를 정의하는 말은 많지만, 저희에게 인간의 가장 숭고한 본질은 예술에 있습니다. 일상의 작은 파편이나 자연의 숨결, 사회적 현상을 직시할 때 포착되는 영감들은 우리 안의 '호모 아르티스' 본능이 깨어나는 순간입니다. 이번 전시는 각자의 에너지를 한데 모으고 나누는 뜻깊은 자리입니다.

02. 작품 속에 투영된 인간, 기계, 그리고 자연

◼︎ 성백 작가 : 이성이라는 새장, 그리고 대자연과의 화해

Q. 머리에 쓴 '새장'이 인간 중심적인 오만을 가두는 감옥처럼 다가옵니다. 신체를 매개로 한 퍼포먼스가 이번 전시의 핵심 담론인 '인간성 회복'과 어떻게 연결되나요?

"제 퍼포먼스는 기계문명의 산물인 '헬멧', 제도와 억압을 상징하는 '황금빛 새장', 그 안의 '자연(새와 둥지)'이라는 세 이질적인 층위가 신체 위에서 하나의 아상블라주를 이룹니다. 인간은 문명과 이성적 질서 속에 갇혀 있지만, 그 닫힌 세계의 정점에는 여전히 자연의 생명력이 공존합니다.

이 기이한 장면은 인간이 자연의 지배자가 아니라, 함께 호흡해야 하는 유기적 존재임을 증명합니다. 인간 중심주의적 오만으로 파멸해 가던 현대인의 이성을 새장 속에 격리시키는 미학적 형벌이자, 그 무게를 온몸으로 지탱해냄으로써 대자연과의 생태적 화해를 도모하는 제의적 퍼포먼스라 할 수 있습니다."

◼︎ 이재웅 작가 : 메마른 미래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저항

Q. 영상 〈Evolution〉에서 느껴지는 어두움과 삭막함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자아냅니다. 관객들에게 이 두려운 미래를 강렬하게 체감하게 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단순한 환경 문제나 AI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인간이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자 답변입니다. 그 답은 바로 전시 제목인 '호모 아르티스'와 맞닿아 있습니다.

단순히 예술 행위를 하는 인간을 넘어, 끊임없이 생각하고 사유하는 행위를 통해 '매트릭스'와도 같은 현시대 시스템에 지배당하지 않고 저항하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 이호철 작가 : 영속을 꿈꾸는 기계 심장과 인간의 의지

Q. 작품 〈영속의 메커니즘〉 속 심장은 어떤 감정의 투영인가요? 차가운 기계 생태계를 통해 관객들이 어떤 인간적인 감정을 떠올리길 바라셨나요?

"처음에는 쉽게 변하지 않는 주체성과 주관, 즉 '인간의 의지'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인간의 몸이 기계로 대체되더라도 내면의 의지만은 지속될 것이라 생각했죠.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기계 심장을 바라보며 *'내가 굳게 믿어왔던 의지라는 것이 정말 영속 가능한가?'*라는 패러독스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 질문은 저뿐만 아니라 관객 여러분도 함께 고민해 보았으면 하는 지점입니다."

 

03. 경계를 허물며 맞이한 새로운 전환점

Q. <경계를 지우다>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소감과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성백 : "늘 기획자로서 전시장 밖에 서 있다가 온전히 '작가 성백'으로 전시장 안에 서게 되어 신선한 자극을 받았습니다. 창작에 대한 갈증을 깊이 느끼며 작업의 밀도를 높여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특히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동료 작가들과 에너지를 섞는 과정에서 저의 '오픈아트' 철학이 한 단계 확장됨을 느꼈습니다. 이번 전시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점입니다."

이재웅 : "생각을 확장하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실제 작업 시간보다 사유하는 시간이 더 많았을 정도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장되는 세계관 속에서 오브제와 설정들을 떠올리는 매 순간이 행복했습니다."

이호철 : “서로 다른 장르의 작가들이 연계해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방식을 재발견하는 인터랙티브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재웅 작가님이 AI 기술로 제 작품을 영상화하고, 그 안에서 성백 작가님이 퍼포먼스를 펼쳤죠. 저 역시 새로운 방식의 조형을 시도했습니다. 참여 작가 모두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04. 관람객에게 건네는 한마디

Q.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를 찾을 관람객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성백 :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언어로 삶을 사유하는 ‘호모 아르티스’들입니다. 서로의 예술적 우주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 여러분도 내면의 예술적 본능을 깨우고 깊이 교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재웅 : "제가 작업을 하며 경험했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유의 확장'을 관람객분들도 전시장에서 똑같이 경험하며, 자신만의 또 다른 세계로 확장해 나가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이호철 : "제 작품을 보러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시는 분들께 항상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번 전시가 관람객 여러분의 마음속에 작은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 주기를 소망합니다."



작성 2026.06.23 14:55 수정 2026.06.2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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